오랜만에 가와이 간지의 소설을 읽었어요. 이번 작품은 제목부터
뭔가 신비로운 느낌이 들지 않나요? 소설 제목인
단델라이언은 서양에서 민들레를 부르는 말이더라고요. 민들레가 가진 사자
이빨이라는 뜻처럼, 이 소설 속의 진실도 마치 날카로운
발톱처럼 숨겨진 상처들을 드러내는 듯했습니다.
추리 소설이 늘 그렇듯, 시작부터 충격적입니다. 폐쇄된 목장의
사일로 안에서 16년 전에 실종되었던 히나타 에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탑니다. 시체가 땅에서 3미터 높이에
매달려 미라가 되어 있었다니, 상상만 해도 섬뜩하죠.
이것이 끝이 아니었어요. 며칠 뒤에는 도심의 고층 호텔
옥상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피해자는
불에 타 죽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열여섯 해 전의
미스터리한 실종과 현재의 기묘한 살인, 이 두 사건이 엮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무너진 꿈과 왜곡된 진실 🔍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돼요. 16년
전 대학생이었던 히나타 에미와 그녀의 일란성 쌍둥이
자매 유메, 그리고 당시 그들을 둘러쌌던 사람들이 겪은 일들이 현재
사건을 수사하는 가부라기 특수반의 이야기와 맞물려 돌아갑니다.
저는 처음부터 쌍둥이인 유메와 에미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
주목했어요. 쌍둥이만이 가질 수 있는 완벽한 닮음
속에서, 과연 누가 누구였을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들더라고요. 어쩌면 그들의 삶이 이미 그때부터 엇갈려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요.
소설은 단순히 살인범을 찾는 것을 넘어, 16년 전 그들이
꿈꿨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깊숙이 파고듭니다.
에미가 연루되었던 환경 운동 단체,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어떻게 거짓과 배신으로 얼룩졌는지 보면서 마음이 참
씁쓸했습니다.
꿈을 가졌던 것이 죄가 아니었는데, 그 꿈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서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안타깝지만, 결국 개인의 나약함과 그로
인한 선택들이 이런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상처와 구원의 가능성
이 책은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특수반 멤버
중 히메노 히로미에게는 이 과거의 사건이 개인적인
아픔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히메노의 아버지가 16년 전 강도 사건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사건의 진실 역시 이번
소설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거든요. 오랜 시간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이 해결된다고 해서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겠지만, 진실을 마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결국 이 모든 비극의 중심에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한 엄마의 잘못된 선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의 단단하지
못한 마음과 현실 도피가 유메와 에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끌었습니다.
읽으면서 사람이 왜 어려운 길 대신 쉬운 길, 혹은 회피하는 길을
택하게 되는지 곱씹어 보게 되었어요. 지금 당장 편하려고 저지른
일들이 결국은 더 큰 굴레를 만들게 된다는 것을 이 소설이
보여줍니다.
단델라이언, 즉 민들레는 강한 생명력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꽃을 피웁니다. 이 소설은 민들레의 홀씨처럼 흩날리는 수많은
파편 같은 진실들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여정 같아요.
복잡하고도 밀도 높은 미스터리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복잡한 사건들이 촘촘히 엮여
있어서 읽는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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