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다들 무라타 사야카 작가님 하면 아마존 순위까지 역주행했던 '편의점 인간'을 많이 떠올리실 거예요. 저 역시 그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 '소멸세계'라는 책을 발견하고 바로 읽어보게 되었어요. 제목부터 벌써 심상치 않지 않나요? 소멸이라니.
이 책은 2015년 작품인데,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면서 함께 다시 주목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 책에 담긴 세계관이 정말 충격적이고 개성 넘쳐서, 왜 다시 주목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작가님이 꿈꾼다는 '유토피아'가 과연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요.
소설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남성들이 대거 징용되면서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진 '평행세계'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더 이상 아이를 낳기 위해 섹스를 하지 않아요. 결혼은 그냥 프로그램에 원하는 조건들을 넣고 '매칭'시켜주는 상대와 할 뿐이고, 아이는 전적으로 인공수정으로만 얻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아는 '사랑', '가족', '출산'이라는 가치가 말 그대로 소멸한 신세계인 거죠.
주인공 '아마네'는 비 내리는 여름날 태어났는데, 자신이 인공수정이 아닌 '남다른 방법'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집니다. 그 '남다른 방법'이란 이 세계에서는 사라진 바로 '교미'를 통한 출산이었죠. 아마네는 엄마가 왜 그랬는지, 자신의 진짜 본능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랑과 섹스에 미친 듯이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본능적인 답을 찾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참 짠하면서도 흥미로워요.
무라타 사야카 작가님 특유의 따뜻하지만 기묘한 시선이 이 소설에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편의점 인간'에서 사회의 규격에 맞춰 자신을 끼워 맞추려던 주인공처럼, '소멸세계'의 아마네 역시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범위 밖에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것 같아요. 기존의 가치가 사라진 세상에서, 아마네가 찾아 헤매는 원초적인 '사랑'의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요?
결혼을 해야 한다, 아이는 낳아야 한다, 혹은 그 반대여야 한다 등 사회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편견과 규범들 사이에서 숨 막혀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소설은 정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겁니다. 과연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영원할까? 그리고 그 당연한 것들이 사라진 세상은 정말로 '소멸세계'일까, 아니면 작가가 말한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유토피아'일까.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여러 생각에 잠기게 만든 작품이에요. 복잡하게 얽힌 현대인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져주는 소설을 찾고 계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